AI 기술 변화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필요한 태도(마인드셋) 에 관한 UX디자이너의 의견입니다.
기술은 결국 도구다. 어떤 맥락에서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집중할 것.
성공적인 디자인은 비즈니스, 엔지니어링, 사용자 경험 사이에서 균형을 갖춰야 하고 그 기반은 데이터.
요 부분이 기억에 남네요. 아래 본문 가볍게 참고하세요 : )
====원문
구글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이상인님. 실리콘밸리에서 13년 차 디자이너로 일하며 깨달은 것들을 정리해 『디자이너의 생각법;시프트』을 출간하기도 했죠.
생성형 AI 시대에 그가 말하는 중요한 태도는 3가지입니다. ①기술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기 ②디자인=아름다움이 아닌 경험을 설계한다는 걸 인지하기③기술도 결국은 도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죠.
도미노와 피자헛의 예를 들었는데요. DT(Digital Transformation)를 받아들이는 태도의 차이가 두 기업의 운명을 갈랐다며, 변화하는 세상의 핵심 맥락을 파악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딜로이트 디지털,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거쳐 지금은 구글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상인입니다. 『디자이너의
생각법』 3부작을 펴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인사이트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폴인 세미나에 출연한 구글 디자이너 이상인님 ⓒ폴인여러분, 디자인은 무엇일까요? 저명한 사회과학자 허버트 알렉산더 사이먼(Herbert Alexander Simon)은 “현재 상황을 더 선호하는 상황으로 바꾸기 위한 일련의 행동”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지금 상황은 어떤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왜 저렇게 변하는 걸까?”
인공지능이 등장하며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는 중입니다. 변화가 일어나는 맥락을 파악할 때, 우리는 휩쓸리지 않을 수 있죠. 지금부터 디자이너의 눈으로 바라본 AI 시대의 변화와 대응법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AI 시대에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2가지
2007년 스티브 잡스가 발표한 아이폰을 시작으로, 인류가 경험할 수 있는 디지털의 형태는 다양해졌습니다. 스마트폰부터 태블릿, 가상현실(VR) 디바이스까지 말이죠. 비슷한 시기 등장한 클라우드도 큰 영향을 끼쳤어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아마존 웹 서비스(AWS) 같은 거대 인프라들이 상용화된 이후, 디지털 콘텐츠는 시공간의 속박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경험이 세계화된 것이죠.
이렇게 세상 모든 영역이 디지털화된 지금을, 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라고 봅니다. 에이전시나 컨설팅 기업에서 일하며 특히 와 닿았던 부분인데요. B2B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디지털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이 10년간 10배 이상 성장하는 것도 가능해졌어요. 기업들도 몇천조 원을 투자 중이고요.
미국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관련 지출 ⓒStatista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기업의 운명도 갈렸습니다. 피자헛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식사하고 즐길 수 있는 매장 경험에 집중했지만 도미노는 2014년부터 디지털 변화에 목숨을 걸었어요. 주문 앱과 웹사이트 경험 등을 완비하고, 업무에도 슬랙(Slack) 같은 툴을 적용했죠. 두 기업의 차이는 코로나 19 때 나타났어요. 도미노는 100달러였던 주가가 450달러까지 상승했고, 피자헛은 파산했죠.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파괴적으로 성장하는 인공지능이 그 주인공이죠.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어떤 인공지능’이 ‘어떤 사람’을 대체할 것인가? 그리고 인공지능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더 고도화되고, 더 개인화된다
한편에서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들립니다. 하지만 저는 더 깊이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변화의 맥락을 읽어야, 우리가 어떻게 적응할지 알 수 있으니까요. 제가 파악한 의미는 이렇습니다.
AI가 사람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지만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부분) 대체할 것이다.
위 문장에서 말하는 AI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알아야 해요. 사실 AI는 이미 우리 곁에 있었거든요. ‘매트릭스’ ‘스타워즈’ ‘블랙 미러’ 같은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사람들이 쓰는 제품에도 이미 존재해 왔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닌 거죠.
그렇다면 지금 주목받는 AI는 무엇일까요? 바로 생성형(Generative) AI입니다. 텍스트로 이미지나 영상, 3D 모델링을 만드는 데 특화됐죠.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보신 ChatGPT,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생성형 AI는 사용하기 편하고, 매우 빠르고, 품질도 좋습니다. 다양한 변화도 쉽게 줄 수 있죠. 무엇보다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이 투자 중이어서 매섭게 성장 중이에요. 단점은 아직 명령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과 퀄리티 유지, 저작권 문제 등이 있죠.
생성형 AI를 실제 어떻게 사용하는지 살펴볼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의 그림체, 디테일, 퀄리티, 비율 등 키워드를 조합해 프롬프트(Prompt)에 입력합니다. 그러면 미드저니가 거기에 맞춰 이미지를 만들어줘요.
“번개 힘을 가진 포켓몬, 네온 색깔, (미드져니 버전) v5.1”이라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아래처럼 바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스타일도 쉽게 바꿀 수 있어요. 같은 명령어에서 ‘귀여운’이라는 단어 하나만 추가했는데, 완전히 다른 느낌의 이미지를 보여주죠. 단어 몇 개만 바꿔서 다채로운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미드저니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이상인다른 작품의 ‘느낌’을 가져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는 명작 게임이자 HBO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좋아해서, 이 콘텐츠의 콘셉트를 적용한 나이키 신발을 디자인했습니다. 몇 줄의 텍스트만으로 상상하던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어요.
'The Last Of Us'의 메인 콘셉트를 본따 만든 나이키 운동화 디자인 ⓒ이상인생성형 AI는 이미지 이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도비 포토샵은 이미지 바깥 영역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생성형 채우기 (Generative fill)를 지원하죠. 명령어를 이용해 3D 모델링, 광고 영상도 제작 가능합니다. 유튜브나 틱톡 등에서는 벌써 AI로 만든 콘텐츠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어요.
앞으로 생성형 AI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요? 저는 더 고도화되고, 개인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로, 더욱 개개인의 니즈에 맞춘 작업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아래 이미지는 이말년 작가님의 그림체를 학습시킨 후, 다른 사진들을 ‘이말년 스타일’로 만들어달라고 명령한 결과물입니다. 코딩을 전혀 몰라도 누구나 나만의 데이터로 AI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온 거죠.
생성형 AI에 필요한 언어 모델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Bloomberg)는 최근 자체 대형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인 블룸버그GPT (BloombergGPT)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축적된 비즈니스 및 금융 정보를 학습시켜, 다른 유사 AI들을 완전히 압도했죠. 예전보다 언어 모델 개발이 활발해지고, 기업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일어난 현상입니다.
비용도 저렴해지고 있습니다. ChatGPT가 처음 공개됐을 때 기반이 된 언어 모델 GPT-3은 훈련하는 데 2020년 기준 460만 달러, 약 55억 원의 비용이 들었죠. 하지만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에서 추산한 2022년 훈련 비용은 74만 달러였습니다. 실제는 45만 달러로 더 낮았고요. 전문가들은 2030년이 되면 3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챗GPT 기반 언어 모델 훈련 비용 ⓒARK 인베스트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비용도 저렴해지면서, 생성형 AI는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미드저니 v1과 v5.1을 비교해 볼게요. 첫 번째 버전은 어색한 게 보이지만, 몇 달 뒤 공개된 다섯 번째 버전은 사진 수준으로 정교하죠. 이런 변화가 모든 기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많은 생물 종이 폭발적으로 탄생한 고생대 캄브리아기가 떠오르는데요. 인터넷의 탄생 이후 이런 변화는 처음 있는 일 같습니다.
다만 UX는 아직 AI가 쉽게 풀지 못한 영역입니다. 실행보다도 방향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버튼 하나를 추가해도 사용자 행동 맥락, 프로덕트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는지 등을 따져야 합니다. 단순히 빨리 만드는 건 의미가 없죠.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고, 운영체제 같은 거시적인 영역에서 적용한 경험이 없는 것도 장애물입니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앞서 언급한 문제들도 빠르게 해결되리라 봅니다.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시대’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실입니다. 변화는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고, 앞으로 더 빨라질 겁니다.
AI 기술 변화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필요한 태도 3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변하는 세상,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3가지 관점을 제안합니다.
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용기
첫 번째는 우리 주변 환경이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다. 스마트폰도 10년만 지나면 과거의 유물이 될지도 모르는 것처럼요. 애플이 발표한 비전 프로 (Vision Pro) 혹시 보셨나요? 이전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기에 비해 성능은 좋아지면서, 더 가볍고 편해졌죠. 앞으로 이런 디바이스들은 더 경량화, 소형화될 겁니다. 언젠가 핸드폰과도 경쟁할 거고요.
생각으로 디지털 세계와 연결될 날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BCI(Brain-Computer Interface)를 개발 중입니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이미 성공했습니다. 특정 동작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걸 훈련시킨 후 뇌에 칩을 이식한 결과, 원숭이는 생각만으로 목표 동작을 수행했죠.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기술의 발전은 경험의 정의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경험의 구조가 의도→인지→행동→결과라는 선형적인 형태였다면, AI로 인해 의도=결과가 되는 시대가 오는 거죠. 자동차가 좋은 예시입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차여도, 계기판의 수많은 버튼은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의도를 갖고 버튼을 누르는 행동을 해야 결과가 나오죠.
하지만 테슬라 같은 자동차에는 디스플레이만 있습니다. AI만으로 충분히 주행할 수 있으니까요. 현재 활발하게 사용중인 3단계 자율주행기술만 해도 운전자의 역할이 많이 줄었습니다. 앞으로 더 발전하면 운전대를 바라볼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운전의 개념이 주행이 아닌 휴식과 대화로 완전히 바뀌겠죠.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알던 개념까지 변화시킵니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건 변화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기술에 끌려가지 않고, 변화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② 디자인은 ‘아름다움’이 전부가 아니다
두 번째는 디자인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겁니다. 최근 가전제품으로 유명한 발뮤다에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크게 실패했는데, ‘디자인만 강조하다 망했다’는 의견이 많이 보였습니다. 전 애초에 디자인을 못 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인 디자인은 비즈니스, 엔지니어링, 사용자 경험 사이에서 균형을 갖춰야 합니다. 시장이 원하는 방향성과 기능, 경험까지 고려해야 하죠. 이 모든 것들을 판단하는 기준은 ‘데이터’죠. 세상과 사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해야 유행에 휩쓸리지 않습니다.
③ 기술은 결국 도구다
세 번째는 ‘결국 기술도 도구’라는 것을 기억하는 겁니다. 1800년도 중반 등장한 한 기계가 좋은 예시인데요. 이 기계가 등장한 후 전 세계적으로 큰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사실을 왜곡하며, 예술적 가치조차 없다는 비난이 폭발했죠.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 기계를 거의 매일 사용합니다. 무엇일까요?
답은 카메라입니다. 최초의 상업용 카메라가 등장한 1839년도 대중의 반응이 AI에 대한 지금의 반응과 비슷해 보이지 않나요? 물론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의 등장 이후 사진작가라는 직업이 생겼고, 사진은 고유한 예술 분야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위협이 될 수도,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도 있죠. 인간은 변화의 파도 속에서도 항상 길을 만들어 왔습니다. 변화하는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맥락을 바라볼 때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AI가 등장하면서 디자이너로서 위기감을 느끼신 적은 없나요?
당연히 있죠. 솔직히 AI를 연구하는 분들조차 어디까지 발전할지 모르겠다 하실 정도로 변화가 빠르니까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AI가 도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봐요. 불과 똑같은 거죠. 뜨겁고 위험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어떤 맥락에서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Q.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방법, 노하우가 있나요?
제가 관심이 가는 게 있으면 시도해 보고, 만나 뵙고 싶은 분은 찾아가서 대화해요. 어떻게 보면 사이드 프로젝트죠. 그게 포브스 코리아의 칼럼 기고와 『디자이너의 생각법』이라는 책 출간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내가 어떤 걸 좋아하지?’ ‘왜 관심이 갈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우는 것 같아요.
폴인 게시글 https://www.folin.co/article/5245 발췌본 입니다.
AI 기술 변화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필요한 태도(마인드셋) 에 관한 UX디자이너의 의견입니다.
기술은 결국 도구다. 어떤 맥락에서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집중할 것.
성공적인 디자인은 비즈니스, 엔지니어링, 사용자 경험 사이에서 균형을 갖춰야 하고 그 기반은 데이터.
요 부분이 기억에 남네요. 아래 본문 가볍게 참고하세요 : )
====원문
구글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이상인님. 실리콘밸리에서 13년 차 디자이너로 일하며 깨달은 것들을 정리해 『디자이너의 생각법;시프트』을 출간하기도 했죠.
생성형 AI 시대에 그가 말하는 중요한 태도는 3가지입니다. ①기술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기 ②디자인=아름다움이 아닌 경험을 설계한다는 걸 인지하기③기술도 결국은 도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죠.
도미노와 피자헛의 예를 들었는데요. DT(Digital Transformation)를 받아들이는 태도의 차이가 두 기업의 운명을 갈랐다며, 변화하는 세상의 핵심 맥락을 파악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딜로이트 디지털,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거쳐 지금은 구글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상인입니다. 『디자이너의
폴인 세미나에 출연한 구글 디자이너 이상인님 ⓒ폴인생각법』 3부작을 펴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인사이트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디자인은 무엇일까요? 저명한 사회과학자 허버트 알렉산더 사이먼(Herbert Alexander Simon)은 “현재 상황을 더 선호하는 상황으로 바꾸기 위한 일련의 행동”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지금 상황은 어떤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왜 저렇게 변하는 걸까?”
인공지능이 등장하며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는 중입니다. 변화가 일어나는 맥락을 파악할 때, 우리는 휩쓸리지 않을 수 있죠. 지금부터 디자이너의 눈으로 바라본 AI 시대의 변화와 대응법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AI 시대에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2가지
2007년 스티브 잡스가 발표한 아이폰을 시작으로, 인류가 경험할 수 있는 디지털의 형태는 다양해졌습니다. 스마트폰부터 태블릿, 가상현실(VR) 디바이스까지 말이죠. 비슷한 시기 등장한 클라우드도 큰 영향을 끼쳤어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아마존 웹 서비스(AWS) 같은 거대 인프라들이 상용화된 이후, 디지털 콘텐츠는 시공간의 속박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경험이 세계화된 것이죠.
이렇게 세상 모든 영역이 디지털화된 지금을, 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라고 봅니다. 에이전시나 컨설팅 기업에서 일하며 특히 와 닿았던 부분인데요. B2B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디지털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이 10년간 10배 이상 성장하는 것도 가능해졌어요. 기업들도 몇천조 원을 투자 중이고요.
미국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관련 지출 ⓒStatista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기업의 운명도 갈렸습니다. 피자헛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식사하고 즐길 수 있는 매장 경험에 집중했지만 도미노는 2014년부터 디지털 변화에 목숨을 걸었어요. 주문 앱과 웹사이트 경험 등을 완비하고, 업무에도 슬랙(Slack) 같은 툴을 적용했죠. 두 기업의 차이는 코로나 19 때 나타났어요. 도미노는 100달러였던 주가가 450달러까지 상승했고, 피자헛은 파산했죠.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파괴적으로 성장하는 인공지능이 그 주인공이죠.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어떤 인공지능’이 ‘어떤 사람’을 대체할 것인가? 그리고 인공지능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더 고도화되고, 더 개인화된다
한편에서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들립니다. 하지만 저는 더 깊이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변화의 맥락을 읽어야, 우리가 어떻게 적응할지 알 수 있으니까요. 제가 파악한 의미는 이렇습니다.
AI가 사람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지만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부분) 대체할 것이다.
위 문장에서 말하는 AI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알아야 해요. 사실 AI는 이미 우리 곁에 있었거든요. ‘매트릭스’ ‘스타워즈’ ‘블랙 미러’ 같은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사람들이 쓰는 제품에도 이미 존재해 왔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닌 거죠.
그렇다면 지금 주목받는 AI는 무엇일까요? 바로 생성형(Generative) AI입니다. 텍스트로 이미지나 영상, 3D 모델링을 만드는 데 특화됐죠.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보신 ChatGPT,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생성형 AI는 사용하기 편하고, 매우 빠르고, 품질도 좋습니다. 다양한 변화도 쉽게 줄 수 있죠. 무엇보다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이 투자 중이어서 매섭게 성장 중이에요. 단점은 아직 명령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과 퀄리티 유지, 저작권 문제 등이 있죠.
생성형 AI를 실제 어떻게 사용하는지 살펴볼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의 그림체, 디테일, 퀄리티, 비율 등 키워드를 조합해 프롬프트(Prompt)에 입력합니다. 그러면 미드저니가 거기에 맞춰 이미지를 만들어줘요.
“번개 힘을 가진 포켓몬, 네온 색깔, (미드져니 버전) v5.1”이라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아래처럼 바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스타일도 쉽게 바꿀 수 있어요. 같은 명령어에서 ‘귀여운’이라는 단어 하나만 추가했는데, 완전히 다른 느낌의 이미지를 보여주죠. 단어 몇 개만 바꿔서 다채로운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미드저니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이상인다른 작품의 ‘느낌’을 가져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는 명작 게임이자 HBO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좋아해서, 이 콘텐츠의 콘셉트를 적용한 나이키 신발을 디자인했습니다. 몇 줄의 텍스트만으로 상상하던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어요.
'The Last Of Us'의 메인 콘셉트를 본따 만든 나이키 운동화 디자인 ⓒ이상인생성형 AI는 이미지 이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도비 포토샵은 이미지 바깥 영역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생성형 채우기 (Generative fill)를 지원하죠. 명령어를 이용해 3D 모델링, 광고 영상도 제작 가능합니다. 유튜브나 틱톡 등에서는 벌써 AI로 만든 콘텐츠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어요.
앞으로 생성형 AI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요? 저는 더 고도화되고, 개인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로, 더욱 개개인의 니즈에 맞춘 작업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아래 이미지는 이말년 작가님의 그림체를 학습시킨 후, 다른 사진들을 ‘이말년 스타일’로 만들어달라고 명령한 결과물입니다. 코딩을 전혀 몰라도 누구나 나만의 데이터로 AI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온 거죠.
생성형 AI에 필요한 언어 모델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Bloomberg)는 최근 자체 대형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인 블룸버그GPT (BloombergGPT)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축적된 비즈니스 및 금융 정보를 학습시켜, 다른 유사 AI들을 완전히 압도했죠. 예전보다 언어 모델 개발이 활발해지고, 기업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일어난 현상입니다.
비용도 저렴해지고 있습니다. ChatGPT가 처음 공개됐을 때 기반이 된 언어 모델 GPT-3은 훈련하는 데 2020년 기준 460만 달러, 약 55억 원의 비용이 들었죠. 하지만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에서 추산한 2022년 훈련 비용은 74만 달러였습니다. 실제는 45만 달러로 더 낮았고요. 전문가들은 2030년이 되면 3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챗GPT 기반 언어 모델 훈련 비용 ⓒARK 인베스트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비용도 저렴해지면서, 생성형 AI는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미드저니 v1과 v5.1을 비교해 볼게요. 첫 번째 버전은 어색한 게 보이지만, 몇 달 뒤 공개된 다섯 번째 버전은 사진 수준으로 정교하죠. 이런 변화가 모든 기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많은 생물 종이 폭발적으로 탄생한 고생대 캄브리아기가 떠오르는데요. 인터넷의 탄생 이후 이런 변화는 처음 있는 일 같습니다.
다만 UX는 아직 AI가 쉽게 풀지 못한 영역입니다. 실행보다도 방향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버튼 하나를 추가해도 사용자 행동 맥락, 프로덕트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는지 등을 따져야 합니다. 단순히 빨리 만드는 건 의미가 없죠.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고, 운영체제 같은 거시적인 영역에서 적용한 경험이 없는 것도 장애물입니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앞서 언급한 문제들도 빠르게 해결되리라 봅니다.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시대’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실입니다. 변화는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고, 앞으로 더 빨라질 겁니다.
AI 기술 변화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필요한 태도 3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변하는 세상,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3가지 관점을 제안합니다.
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용기
첫 번째는 우리 주변 환경이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다. 스마트폰도 10년만 지나면 과거의 유물이 될지도 모르는 것처럼요. 애플이 발표한 비전 프로 (Vision Pro) 혹시 보셨나요? 이전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기에 비해 성능은 좋아지면서, 더 가볍고 편해졌죠. 앞으로 이런 디바이스들은 더 경량화, 소형화될 겁니다. 언젠가 핸드폰과도 경쟁할 거고요.
생각으로 디지털 세계와 연결될 날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BCI(Brain-Computer Interface)를 개발 중입니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이미 성공했습니다. 특정 동작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걸 훈련시킨 후 뇌에 칩을 이식한 결과, 원숭이는 생각만으로 목표 동작을 수행했죠.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기술의 발전은 경험의 정의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경험의 구조가 의도→인지→행동→결과라는 선형적인 형태였다면, AI로 인해 의도=결과가 되는 시대가 오는 거죠. 자동차가 좋은 예시입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차여도, 계기판의 수많은 버튼은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의도를 갖고 버튼을 누르는 행동을 해야 결과가 나오죠.
하지만 테슬라 같은 자동차에는 디스플레이만 있습니다. AI만으로 충분히 주행할 수 있으니까요. 현재 활발하게 사용중인 3단계 자율주행기술만 해도 운전자의 역할이 많이 줄었습니다. 앞으로 더 발전하면 운전대를 바라볼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운전의 개념이 주행이 아닌 휴식과 대화로 완전히 바뀌겠죠.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알던 개념까지 변화시킵니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건 변화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기술에 끌려가지 않고, 변화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② 디자인은 ‘아름다움’이 전부가 아니다
두 번째는 디자인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겁니다. 최근 가전제품으로 유명한 발뮤다에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크게 실패했는데, ‘디자인만 강조하다 망했다’는 의견이 많이 보였습니다. 전 애초에 디자인을 못 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인 디자인은 비즈니스, 엔지니어링, 사용자 경험 사이에서 균형을 갖춰야 합니다. 시장이 원하는 방향성과 기능, 경험까지 고려해야 하죠. 이 모든 것들을 판단하는 기준은 ‘데이터’죠. 세상과 사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해야 유행에 휩쓸리지 않습니다.
③ 기술은 결국 도구다
세 번째는 ‘결국 기술도 도구’라는 것을 기억하는 겁니다. 1800년도 중반 등장한 한 기계가 좋은 예시인데요. 이 기계가 등장한 후 전 세계적으로 큰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사실을 왜곡하며, 예술적 가치조차 없다는 비난이 폭발했죠.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 기계를 거의 매일 사용합니다. 무엇일까요?
답은 카메라입니다. 최초의 상업용 카메라가 등장한 1839년도 대중의 반응이 AI에 대한 지금의 반응과 비슷해 보이지 않나요? 물론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의 등장 이후 사진작가라는 직업이 생겼고, 사진은 고유한 예술 분야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위협이 될 수도,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도 있죠. 인간은 변화의 파도 속에서도 항상 길을 만들어 왔습니다. 변화하는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맥락을 바라볼 때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AI가 등장하면서 디자이너로서 위기감을 느끼신 적은 없나요?
당연히 있죠. 솔직히 AI를 연구하는 분들조차 어디까지 발전할지 모르겠다 하실 정도로 변화가 빠르니까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AI가 도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봐요. 불과 똑같은 거죠. 뜨겁고 위험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어떤 맥락에서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Q.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방법, 노하우가 있나요?
제가 관심이 가는 게 있으면 시도해 보고, 만나 뵙고 싶은 분은 찾아가서 대화해요. 어떻게 보면 사이드 프로젝트죠. 그게 포브스 코리아의 칼럼 기고와 『디자이너의 생각법』이라는 책 출간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내가 어떤 걸 좋아하지?’ ‘왜 관심이 갈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우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