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뉴스 (07.09 기사 발췌)
AI가 대본 쓴 미 드라마 대박, 인간 창의성·일자리 고민되네
-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칼럼
저녁에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전원일기’를 시청하고 있었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국민 드라마인 전원일기는 무려 22년간 1088회차가 방영된 우리나라 최장수 작품 중 하나다. 최불암 선생의 어딘가 꼰대스럽지만 귀여운 가부장적 역할, 김혜자 선생의 중간에서 포용하는 어머니 역할, 그 외에도 푼수기 팍팍 풍기던 일용엄마, 금동이, 복길이, 응삼이 등 농촌의 평화스런 마을에서의 가족 또는 지인끼리의 작은 갈등 그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포근한 해결방식 등은 TV 앞에 모인 시청자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최장수 작품의 위용을 이어 갔다.
무려 1000회가 넘는 방영이니만큼 여러 번 작가가 바뀌어 왔지만 소재의 고갈로 나중에는 작가들이 맡기를 꺼려하는 작품이 되기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만약 인공지능이 이 드라마를 집필한다면 어떨까? 과연 인간 작가들만큼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각 배우의 고유한 행동거지와 말투를 유지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최근 이런 우리의 상상을 실현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싸인필드’라는 작품이다. 유명 생방송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인 트위치는 ‘워치미포레버(watchmeforever)’라는 채널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24시간 계속 새로운 싸인필드 대본을 만들어 반영하고 있다. 대본은 계속 만들어지지만 연기하는 배우는 만들 수 없기에 게임 같은 캐릭터를 그려서 배우를 대신하고 있다. 현재 약 1만5000명이 동시 시청을 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싸인필드는 우리나라의 전원일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약 10년간 180부작이 진행된 작품으로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이다. 뉴욕 맨해튼의 이웃에 사는 4명의 일상적인 삶과 연애를 코미디 형식으로 만든 이 작품은 ‘역대 최고의 시트콤’이란 평가를 받으며 1분에 100만 달러가 넘는 광고료를 받은 최초의 TV드라마로 기록됐다.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방영된 이 작품을 학습해 등장인물의 성격과 말투 그리고 이 작품의 고유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비슷한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생성한다.
인공지능에 의한 대본 생성은 인공지능의 창의성이란 문제 그리고 인공지능이 결국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란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실제로 지금 미국에서는 인공지능의 일자리 대체에 대한 심각한 몇 가지 이슈가 진행 중이다. 특히 지금의 챗GPT로 대표는 대용량 언어모델에 기반을 둔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기존의 특정 분야에서의 단순한 판별(암인가 아닌가, 부도가 날 것인가 아닌가, 불량인가 아닌가 등의 문제)의 문제만 다루던 인공지능에서 문장을 해석하고 요약하고 분석해 보여 주며 새로운 문구를 추천하는 범용 인공 지능으로의 진화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대본을 만들어 제작하는 미국 드라마 ‘싸인필드’. [사진 넷플릭스]
최근 미국 작가노조는 한 달 넘게 인공지능의 작가 영역 침입(자신들이 쓴 대본의 인공지능 학습용으로의 사용 반대, 인공지능이 쓴 작품의 사용금지)에 대한 규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비교적 해고가 자유스러운 미국에서는 해고 사유를 신고하게끔 하는데 올해 5월의 통계를 보면 처음으로 해고 이유를 인공지능이라고 적시한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 숫자는 전체 해고 이유의 5%에 해당하고 있다. 또한 IBM의 최고경영자는 공공연하게 향후 5년 동안 백오피스 분야 인력의 30%를 인공지능으로 대처할 것이며 몇 년 동안 이 분야의 신규채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를 통한 인간의 대처에 대한 인간의 불안은 항상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통계와 학술 연구에 따르면 대체되는 일보다는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훨씬 많았고 인류는 이런 기술의 발현과 도입에 힘입어 발전해 왔다. 지금의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에서도 학자마다 ‘이번은 다르다. 정말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라는 주장과 ‘기술은 항상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했다’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현재 자신이 하는 일이 지금의 인공지능의 업무 처리 방식보다 못하다면 도태되거나 일자리 안정성이 떨어질 것은 확실하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공지능은 아무리 해도 인간의 창의성과 감수성을 갖지는 못할 것이며 이 둘은 인간의 고유성이 될 것이라 믿어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려서 작품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고, 작곡을 하면서 인간만의 창의성이라는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 정말 그럴까? 인공지능의 창의성과 인간의 창의성은 다른가? 우리는 우리만의 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향후 우리는 우리만의 창의성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
인공지능 창의성은 조합적·탐구적
영국 수섹스대학의 보덴 교수는 우리가 창의성을 얘기할 때 사실은 세 가지 다른 종류의 창의성을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새로운 조합의 창의성이다. 즉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잘 알고 있던 아이디어를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두 번째 방식은 잘 성립된 구조에 바탕을 두고 그 구조의 경계에 도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식으로 탐구적 창의라 불린다. 마지막 세 번째는 변환적 창의성이라 불리는데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가 챗GPT를 통해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 방식은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창의성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기존의 대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본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 대본은 기본적인 골격 위에 약간의 아이디어를 덧붙여서 만든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림을 생성하지만 일반적인 그림 위에 고흐의 색채를 입힌다든지, 기존의 그림을 확률적으로 조합해 한곳에 있음 직한 물체를 결합해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낸다. 또한 모차르트의 음색으로 새로운 작곡을 할 수 있다. 새로운 마케팅 문구를 만들 수 있지만 이것은 기존의 문구에다가 확률의 계산에 의해 그 위치에 올 것 같은 단어를 첨부해 조합한 것이다. 즉 지금의 인공지능 창의성은 모두 조합적 또는 탐구적 창의성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만이 가질 수 있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창의성 그리고 거꾸로 얘기하면 앞으로 도태될 창의성은 무엇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전환적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한층 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고 점점 더 그 수요가 늘 것이다.
전원일기라는 드라마가 그렇게 장수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급속한 도시화로 농촌의 인구가 줄기 시작한 상황을 통찰하고 그것을 드라마로 잘 풀어낸 것이다. 우리에게 잊히기 시작했던 따뜻한 가부장 그리고 가족과 이웃과의 정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시대정신을 보여 준 까닭이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싸인필드라는 드라마는 거꾸로 가족이 해체되며 무의미 속에서 부조리함을 느끼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뉴욕 중류 계층의 무기력을 재미라는 요소로 보여 준 드라마였다.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창의성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시대정신을 통찰하고 전원일기 또는 싸인필드라는 완전히 새로운 드라마를 기획하고 거기에 인물의 성격을 정립해 갈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기존의 전원일기 구조에 바탕을 두고 오늘은 ‘일용엄마가 며느리에 대한 입방정으로 동네 불화가 일어나고 그것을 서로 조화해 풀어나가는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대본을 만드는 종류의 일이라면 챗GPT가 훨씬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서울대에서 계산통계학과를 졸업 후, 카네기멜론대 사회심리학 석사, 남가주대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국가 공공데이터 전략위원회에서 국무총리와 함께 민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AI 로 경영하라』 『오픈콜라보레이션』 『웹2.0과 비즈니스 전략』 등을
중앙SUNDAY 뉴스 (07.09 기사 발췌)
AI가 대본 쓴 미 드라마 대박, 인간 창의성·일자리 고민되네
-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칼럼
저녁에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전원일기’를 시청하고 있었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국민 드라마인 전원일기는 무려 22년간 1088회차가 방영된 우리나라 최장수 작품 중 하나다. 최불암 선생의 어딘가 꼰대스럽지만 귀여운 가부장적 역할, 김혜자 선생의 중간에서 포용하는 어머니 역할, 그 외에도 푼수기 팍팍 풍기던 일용엄마, 금동이, 복길이, 응삼이 등 농촌의 평화스런 마을에서의 가족 또는 지인끼리의 작은 갈등 그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포근한 해결방식 등은 TV 앞에 모인 시청자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최장수 작품의 위용을 이어 갔다.
무려 1000회가 넘는 방영이니만큼 여러 번 작가가 바뀌어 왔지만 소재의 고갈로 나중에는 작가들이 맡기를 꺼려하는 작품이 되기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만약 인공지능이 이 드라마를 집필한다면 어떨까? 과연 인간 작가들만큼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각 배우의 고유한 행동거지와 말투를 유지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최근 이런 우리의 상상을 실현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싸인필드’라는 작품이다. 유명 생방송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인 트위치는 ‘워치미포레버(watchmeforever)’라는 채널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24시간 계속 새로운 싸인필드 대본을 만들어 반영하고 있다. 대본은 계속 만들어지지만 연기하는 배우는 만들 수 없기에 게임 같은 캐릭터를 그려서 배우를 대신하고 있다. 현재 약 1만5000명이 동시 시청을 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싸인필드는 우리나라의 전원일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약 10년간 180부작이 진행된 작품으로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이다. 뉴욕 맨해튼의 이웃에 사는 4명의 일상적인 삶과 연애를 코미디 형식으로 만든 이 작품은 ‘역대 최고의 시트콤’이란 평가를 받으며 1분에 100만 달러가 넘는 광고료를 받은 최초의 TV드라마로 기록됐다.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방영된 이 작품을 학습해 등장인물의 성격과 말투 그리고 이 작품의 고유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비슷한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생성한다.
인공지능에 의한 대본 생성은 인공지능의 창의성이란 문제 그리고 인공지능이 결국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란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실제로 지금 미국에서는 인공지능의 일자리 대체에 대한 심각한 몇 가지 이슈가 진행 중이다. 특히 지금의 챗GPT로 대표는 대용량 언어모델에 기반을 둔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기존의 특정 분야에서의 단순한 판별(암인가 아닌가, 부도가 날 것인가 아닌가, 불량인가 아닌가 등의 문제)의 문제만 다루던 인공지능에서 문장을 해석하고 요약하고 분석해 보여 주며 새로운 문구를 추천하는 범용 인공 지능으로의 진화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최근 미국 작가노조는 한 달 넘게 인공지능의 작가 영역 침입(자신들이 쓴 대본의 인공지능 학습용으로의 사용 반대, 인공지능이 쓴 작품의 사용금지)에 대한 규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비교적 해고가 자유스러운 미국에서는 해고 사유를 신고하게끔 하는데 올해 5월의 통계를 보면 처음으로 해고 이유를 인공지능이라고 적시한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 숫자는 전체 해고 이유의 5%에 해당하고 있다. 또한 IBM의 최고경영자는 공공연하게 향후 5년 동안 백오피스 분야 인력의 30%를 인공지능으로 대처할 것이며 몇 년 동안 이 분야의 신규채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를 통한 인간의 대처에 대한 인간의 불안은 항상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통계와 학술 연구에 따르면 대체되는 일보다는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훨씬 많았고 인류는 이런 기술의 발현과 도입에 힘입어 발전해 왔다. 지금의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에서도 학자마다 ‘이번은 다르다. 정말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라는 주장과 ‘기술은 항상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했다’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현재 자신이 하는 일이 지금의 인공지능의 업무 처리 방식보다 못하다면 도태되거나 일자리 안정성이 떨어질 것은 확실하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공지능은 아무리 해도 인간의 창의성과 감수성을 갖지는 못할 것이며 이 둘은 인간의 고유성이 될 것이라 믿어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려서 작품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고, 작곡을 하면서 인간만의 창의성이라는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 정말 그럴까? 인공지능의 창의성과 인간의 창의성은 다른가? 우리는 우리만의 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향후 우리는 우리만의 창의성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
인공지능 창의성은 조합적·탐구적
영국 수섹스대학의 보덴 교수는 우리가 창의성을 얘기할 때 사실은 세 가지 다른 종류의 창의성을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새로운 조합의 창의성이다. 즉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잘 알고 있던 아이디어를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두 번째 방식은 잘 성립된 구조에 바탕을 두고 그 구조의 경계에 도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식으로 탐구적 창의라 불린다. 마지막 세 번째는 변환적 창의성이라 불리는데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가 챗GPT를 통해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 방식은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창의성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기존의 대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본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 대본은 기본적인 골격 위에 약간의 아이디어를 덧붙여서 만든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림을 생성하지만 일반적인 그림 위에 고흐의 색채를 입힌다든지, 기존의 그림을 확률적으로 조합해 한곳에 있음 직한 물체를 결합해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낸다. 또한 모차르트의 음색으로 새로운 작곡을 할 수 있다. 새로운 마케팅 문구를 만들 수 있지만 이것은 기존의 문구에다가 확률의 계산에 의해 그 위치에 올 것 같은 단어를 첨부해 조합한 것이다. 즉 지금의 인공지능 창의성은 모두 조합적 또는 탐구적 창의성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만이 가질 수 있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창의성 그리고 거꾸로 얘기하면 앞으로 도태될 창의성은 무엇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전환적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한층 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고 점점 더 그 수요가 늘 것이다.
전원일기라는 드라마가 그렇게 장수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급속한 도시화로 농촌의 인구가 줄기 시작한 상황을 통찰하고 그것을 드라마로 잘 풀어낸 것이다. 우리에게 잊히기 시작했던 따뜻한 가부장 그리고 가족과 이웃과의 정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시대정신을 보여 준 까닭이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싸인필드라는 드라마는 거꾸로 가족이 해체되며 무의미 속에서 부조리함을 느끼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뉴욕 중류 계층의 무기력을 재미라는 요소로 보여 준 드라마였다.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창의성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시대정신을 통찰하고 전원일기 또는 싸인필드라는 완전히 새로운 드라마를 기획하고 거기에 인물의 성격을 정립해 갈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기존의 전원일기 구조에 바탕을 두고 오늘은 ‘일용엄마가 며느리에 대한 입방정으로 동네 불화가 일어나고 그것을 서로 조화해 풀어나가는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대본을 만드는 종류의 일이라면 챗GPT가 훨씬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서울대에서 계산통계학과를 졸업 후, 카네기멜론대 사회심리학 석사, 남가주대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국가 공공데이터 전략위원회에서 국무총리와 함께 민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AI 로 경영하라』 『오픈콜라보레이션』 『웹2.0과 비즈니스 전략』 등을